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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대통령 취임식을 앞두고 버락 오바마 대통령 당선자는 고향 하와이에서 달콤한 휴식을 보냈다. 해변에서 수영을 즐기고 군부대 장병과 악수를 하고 딸들과 함께 동물원을 거닐며 언론과 시민들의 카메라 세례를 받았다. 선거 캠페인 막바지에 타계한 외할머니의 장례 절차도 직접 마무리했다. 어쩌면 2주 동안의 휴가는 그에게 주어진 험난한 4년을 보낼 마지막 재충전인지도 모른다.

표면적으로 오바마 당선자는 이렇게 여유롭게 보이지만, 다른 한편에서는 엄청난 규모의 취임식이 준비되고 있고 새 행정부의 진용이 완성되고 있다. 변화의 깃발을 내건 새 대통령의 취임식과 사상 유례없는 경제위기가 겹쳐지면서 요즘 미국에는 새로운 흐름이 나타나고 있다.

미국의 대통령 취임식은 민주주의를 확인하는 과정 중의 하나다. 미국 헌법을 보면 취임식과 관련해 당선자의 선서만이 언급돼 있다. 당선자는 국회의사당 앞에서 대법원장이 지켜보는 가운데 성경에 손을 얹고 “나는 미합중국 대통령직을 성실히 수행하고 헌법을 유지·보호·수호하기 위해 최선을 다할 것을 엄숙히 선서한다”고 하면 합법적 절차는 완성된다. 그러나 200년 이상의 세월이 흐르고 미국의 국가 위상이 커지면서 행사 퍼레이드, 각종 파티, 문화 행사 등이 취임식을 전후로 자리 잡아 거대한 정치 축제로 확대됐다. 전통적으로 백악관은 취임식과 축하 파티 비용의 극히 일부만 의회의 승인을 받아 세금에서 지출하고 수천만달러로 불어난 전체 경비는 행사 입장권, TV중계료, 기부금 등으로 충당해왔다.

당연히 기부자 명단에는 순수한 기부자와 함께 새 정부에 좋은 이미지를 심고 싶어하는 대기업과 로비단체가 들어가게 되었다. 워싱턴의 로비문화를 비판해온 오바마 측은 이번 취임식에서 로비단체의 기부를 거절하고 개인 자격의 후원금만 받는다고 발표했다. 기부금 상한액도 43대 취임식에 비해 5분의 1 정도로 축소해 5만달러로 정했다. 워싱턴에서 치러질 수십건의 축하 파티 중에 백악관이 직접 관여하지 않는 파티에는 기업인과 로비스트의 참여가 이어지겠지만, ‘위를 향한 기부’는 예년에 비해 줄어들 전망이다.

다른 한편으로 ‘아래를 향한 기부’는 봇물을 이루고 있다. 경제위기로 미국 정부 지원 예산과 기부금이 크게 줄어 자선단체와 빈곤층이 어려움을 겪게 되자 자영업자들이 기부 캠페인 도우미로 나섰다. 예전에도 기부용 저금통을 계산대 옆에 놓거나 기부 캠페인을 설명하는 정도는 해왔다. 그러나 더 광범위하고 더 적극적이라는 데서 차이가 있다. 옷가게에서 슈퍼마켓에 이르기까지 계산대에 서면 점원이 ‘소아암을 돕자’, ‘학교를 살리자’, ‘어린이에게 먹을 것을 보내자’ 하면서 기부를 유도한다.

실제로 하와이에서는 오바마 당선자가 출생한 산부인과 병원을 돕자는 초대형 저금통이 대형 마트 곳곳에 등장했고 저금통 안에는 지폐가 수북이 쌓였다. 점원들은 기부를 망설이는 고객들에게 단 1달러도 좋다는 설명을 덧붙인다. 흥미로운 점은 기부를 유도할 때 내외국인을 가리지 않는다는 점이다. 미국인뿐만 아니라 일본 관광객도 프랑스 관광객도 기꺼이 기부의 대열에 동참하게 하고 있다. 일단 기부자가 동의를 하면 영수증에 기부금액이 표시되고 점원은 방울을 힘껏 흔든다. 매장에 있는 사람들에게 또 한 사람이 선행을 하고 있다는 ...[전체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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